대산종사법문집 제2집(大山宗師法門集 第2輯)

제4부 신년법문

화동(和同)하는 길

화동(和同)하는 길

새해를 맞이 하여 전 교도와 국민과 온 인류와 일체생령의 앞길에 법신불 사은의 가호가 충만하여 무한한 행복과 평화가 이룩되기를 기원하는 바입니다. 근래 세상을 살펴볼 때에 개인이나 단체나 국가, 세계에 오랫동안 서로 막혔던 장벽이 열리고 대화와 교류를 통한 화해(和解)와 협력(協力)이 더욱 증진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는 인류가 오랫동안 역사의 경험을 통한 자각과 끊임없이 추구하여 온 평화의 길로써 실로 세계사(世界史)의 큰 전환점이요 상서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다같이 잘 살 수 있는 대동화합(大同和合)의 세계를 건설하기 위하여 각각 다른 사상과 민족이 접근하는 데에는 화동(和同)할 수 있는 보다 높은 이념을 확립해야 할 것이요, 서로 떳떳하고 마땅한 도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이에 대비하여 우선 화동하는 도 몇 가지를 밝혀서 새해를 기념하고자 하는 바입니다.

첫째, 화동하는 도는 중도(中道)가 최상이니 항상 원만한 행을 해야 하겠습니다. 천지의 중간에 인간이 있고 부모, 동포, 법률 사이에서 우리가 살고 있으며 또한 현실 세계는 서로 다른 입장이 양립(兩立)되어 상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항상 중심을 잃지 않고 양면을 두루 살펴 과(過)하거나 불급(不及)함이 없는 중도행(中道行)이 필요한 것입니다. 대종사님께서는 생활은 영육(靈肉)을 쌍전(雙全)하고 대인접물(待人接物)에는 자리이타(自利利他)를 행하며 세상을 운전해 가는 데는 과학과 도학을 병진케 하시는 등 일체 법도를 일원의 진리에 입각해서 양면을 다 활용케 하셨으니 이는 중도라야 능히 천하를 고르고 개인, 가정, 사회, 국가, 세계를 다같이 잘 살게 하는 천하의 대도가 되기 때문입니다.

둘째, 정성을 다하다가 어찌할 수 없는 경우에는 인위(人爲)로써 하려 하지 말고 진리에 맡겨야 하겠습니다. 사람이 천지의 주인으로서 정성(精誠)이면 만사(萬事)를 다 이룬다고 하나 어디까지나 천지가 할 일은 천지가 하고 사람이 할 일은 사람이 해야 하는 것이며 숙업(宿業)은 졸지에 면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이치를 알아서 해야 할 도리와 정성은 충분히 다하고 그 결과는 진리에 맡겨서 달게 받을 일은 달게 받아 넘기고 다시 개척할 일은 더욱 노력하여 앞길을 열어 나가야 하겠습니다.

셋째, 전성(全盛)뒤에는 전쇠(全衰)가 따르는 이치가 있으니 항상 넘치지 말고 길이 다같이 화통(和通)하여 가는 길을 열어 나가야 하겠습니다. 그러므로 달인(達人)은 다 피어버린 꽃보다 반쯤 벌어진 꽃을 좋게 여기고 가득 차버린 달보다 반달을 더 사랑하는 것입니다. 진리는 늘 순환(循環)무궁(無窮)하여 양지(陽地)가 음지(陰地)가 되고, 음지가 양지가 되며, 가득차면 다시 이지러지고 비면 다시 차는 이치가 있는 것이니, 우리는 있으되 더욱 겸허하여 넘치지 아니하고 없으되 더욱 분발해서 발전의 계기를 삼을지언정 목전(目前)의 이익에만 탐착하여 앞날의 재앙을 불러 들여서는 아니 되겠습니다.

넷째, 크고도 능히 작은 것 같이 하는 것이 참으로 큰 것이요, 알고도 능히 모르는 것같이 하는 것이 참으로 아는 것이며, 능(能)하고도 불능(不能)한 것같이 하는 것이 참으로 능한 것인 줄을 알아서 걸림없는 행을 하여야 하겠습니다. 보통 사람은 항상 사실보다 과장해서 크게 나타내려 하므로 마침내 그 있는 것까지도 잃어버리나 달인은 큰 것은 작은 것으로서 지키고 아는 것은 모르는 것으로서 지키고 능한 것은 불능한 것으로 지켜서 능대능소(能大能小)하므로 그 있는 것은 보존하고 날로 더욱 크고 두렷하게 이루어 항상 넉넉하고 편안한 생활을 하는 것입니다.

다섯째, 병맥타진(病脈打診)이 확실치 못하거든 약을 쓰지 않는 것이 중도(中道)가 되고 정확히 모르는 것과 필요치 않는 말은 오히려 침묵하는 것이 옳으니 매사에 과한 것보다 차라리 불급 하더라도 여유있는 행을 하여야 하겠습니다. 그러므로 일을 당하여서는 항상 마음에 안정과 여유를 가지고 심사숙고하여 올바른 판단을 얻은 후 실행할 것이요, 조급한 마음이나 단촉한 생각으로는 그 일을 그르칠 뿐만 아니라 자타간(自他間)에 큰 잘못을 범하고 장래를 그르치는 수가 있으니 크게 조심해야 하겠습니다.

세상이 복잡하고 살아 나가기가 어렵다고 하나 원만한 도가 있으면 평탄한 대로를 가는 것 같을 것이요, 그 도가 없으면 방향을 잃고 대해(大海)를 표류(漂流)하는 것과 같을 것이니 새해에는 더욱 큰원(大願)과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다같이 중도생활을 하여야 하겠습니다.
-원기 58년 元旦-